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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2.04 걷는 사람, 하정우(책) - 하정우 지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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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저희 형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저는 저희 형을 본 적도 없는 친구들에게 결혼식에 와달라고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친구들의 형제들 결혼식에 참석했던 몇몇의 친구들만 초대를 했습니다. 주말에 시간 내서 와주는 친구들을 위해 뭐라도 주고 싶어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친구들에게 준 형 결혼식 선물

뭘 해줄 수 있을까 생각했고 너무 부담되지 않는 가격에서 책과 그 당시 추운 날씨 때문에 갈 때라도 따뜻하게 가라고 핫팩을 준비했습니다. 선물로 줄 책을 무엇으로 고를까 하다가 제가 좋아하는 김민식 pd 님의 책과 문유석 판사님의 책은 이미 선물로 준 친구들이 있어서 다들 공통적으로 준 적 없는, 점점 나이가 들면서 건강이 중요하니 많이 걸으며 살자는 의미로 이 책 '걷는 사람, 하정우'를 선물로 줬습니다.

걷는 사람, 하정우

예전에는 걷는 것에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 책을 본 후, 걷는 것이 좋아지고 걸을 때마다 보람찬 운동을 한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정우 씨는 유명한 영화배우이다 보니 나와는 먼, 마주칠 일 없는 유명인으로만 생각했는데, 책을 보니 그림도 그리고 요리도 좋아하는 동네 형처럼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정우

배우, 영화감독, 영화제작자,

그림 그리는 사람.

그리고, 걷는 사람.

(저자 소개 중)

저자 소개에서 하정우 씨의 담백함과 겸손함이 묻어 나왔고 그가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 느껴졌습니다.

 

기분을 전환하는 법은 저마다 다르다. 마음 편한 사람과 수다를 떨기도 하고, 평소보다 많은 양의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마시기도 한다. 그런데 어떤 방법들은 확실히 즉각적인 효과가 있지만, 부작용이 따른다. 장기적으로 보면 건강에 해롭거나, 내 기분은 바꿔주지만 다른 이에게 민폐를 기치며 상대의 기분을 구겨버리는 것이다. 이럴 때 나는 부작용 걱정 없는 걷기를 선택하는 편이다.

누구에게나 문제 없는 날은 없고 고민 없는 날도 없다. 고민이 내 멀머릿속에서 슬금슬금 기어나와서 어깨 위에 올라타고 나를 짓누르기 시작하면 나는 '아, 모르겠다, 일단 걷고 돌아와서 맞마저 고민하자' 생각하면서 밖으로 나간다.

걷고 돌아오면 금방 곯아떨어진다. 불면증이나 한밤의 우울을 모르고, 어디서나 꿀잠 자는 나의 비결은 역시 걷기다.

(30~33쪽)

스트레스를 받거나 기분이 꿀꿀할 때 하정우 씨만큼은 아니지만 천천히 산책을 하며 동네를 구경을 합니다. 집에서 나와 15분 거리 서점에 가는 코스를 목표로 걷는데 우선 마음에 안정감을 주는 조용한 냇가를 따라 걷습니다. 이때 사색에 잠기면 생각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제가 즐겨 찾는 놀이터 '서점'에 도착하면 책을 사지 않아도 설레어 이리저리 책들을 구경하고 다닙니다.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구매를 해서 고생한 저를 위해서 보상을 주기도 하지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도심지 느낌이 물씬 나는 도로로 나와서 걷는데 야경이 무척 이쁩니다. 자연과 도시가 어우러진 값진 여행을 멀리 가지 않아도 집 앞에서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관점을 바꾸면 집 앞이 여행지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집밥을 요리해 먹는 걸 좋아한다. 대학생 대부터 자취를 시작했기 때문에 나에게 요리는 일상이고 생활이다. 내겐 삶의 에너지를 얻는 데 걷기만큼이나 먹기도 중요하다. 내 두 다리를 움직여 걸은 만큼, 내 손을 움직여서 끼니를 직접 만드는 과정도 소중하다. 맛이 있는 없든 복잡한 조리 과정을 거치든 간단히 채소를 데친치는 것 정도이든, 내가 먹을 음식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고 혀로 맛보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131쪽)

요리에 별로 관심도 없었고 잘하려고 노력하지도 않았으니 잘할 리 만무하지만 가끔가다 요리를 해보면 잘하든 못하든 성취감을 느끼고 재미도 있습니다. 나중에 카우치 서핑을 하며 외국인 친구들과 문화 교류를 할 때 요리를 선보여야 할 텐데 미리 연습 좀 하고 가야겠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어떻게 모든 음식을 다 맛있게 하시는 것일까요? 신기합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위기와 절망 속에 있을 때 많은 이들이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나는 때로 내가 생각하는 최선의 노력이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고 의심한다. 어쩌면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도 모른 채 힘든 시간을 그저 견디고만 있는 것을 노력이라 착각하진 않는지 가늠해본다.

살아가면서 나는 지금까지 내가 해온 노력이 그다지 대단한 게 아님을 깨닫는 순간들을 수없이 맞게 될 것이다. 정말 최선을 다한 것 같은 순간에도, 틀림없이 그 최선을 아주 작아지게 만드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엄청난 강도와 밀도로 차원이 다른 노력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새로운 날들이 기다려진다.

작업은, 작품은 정직하다. 몸을 움직인 만큼 정직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걷기처럼, 작품과 작업도 결코 '야료'를 부리지 않는다. 나는 그 정직성을 믿는다.

(285~287쪽)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오늘 하루도 버텨냈다면 그 또한 나름 최선을 다한 것입니다. 하지만 더 발전하기 위해서,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라면 더 나아지기 위해 한 번 더 생각하고 깊은 고민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정직한 노력들은 그만큼 보상을 준다는 것을 실제로 매일 블로그 글쓰기와 동영상 편집을 하면서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제가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 한 번 보고 싶습니다. '야료'를 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데까지 가봐야겠습니다.

*야료: 까닭 없이 트집을 잡고 함부로 떠들어 댐. [출처: 네이버 사전]

 

힘들 땐 걷고, 쉬기도 하고 또다시 걸어보며 긴 인생 즐겁게, 그리고 함께 걸어가 봅시다.

님들과 동시대에 살며 공감할 수 있어 감사함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아 참! 비록 오지 못해서 선물을 전해주지 못했지만 축하 인사를 해준 친구들, 그리고 부담될까 봐 형 결혼식 얘기를 안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친구에게 얘기 듣고 축의금을 보내온 친구도 고맙다!

오래된 친구가 좋은 친구가 아니라 좋은 친구라서 오래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좋은 친구가 되도록 더 노력 하마. 고맙다 친구들.

걷는 사람, 하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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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총,귤,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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