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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일깨워준 책을 소개합니다.

쾌락독서 - 문유석 판사 (문학동네)

저는 대학생이 된 후 어려서 책을 많이 읽지 않았음을 후회하곤 했습니다.

도서관에 가면 '이 많은 책을 언제 다 읽지?', '남들 다 읽는 필독서, 나도 읽어야 하는데...'하며 책을 읽어보기도 전에 답답해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접한 후 독서에 대한 부담감을 없앨 수 있었습니다.

이 책만큼은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내 즐거움을 위해 쓴다. 언제나 내게 책이란 즐거운 놀이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심심해서 재미로 읽었고, 재미없으면 망설이지 않고 덮어버렸다. 의미든 지적 성장이든 그것은 재미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얻어걸리는 부산물에 불과했다.

학생 때에는 게임하느라, 대학생 때에는 술 마시느라 바빴는데 이제는 틈만 나면 책을 읽습니다.

작년에는 100일 동안 도서관에서 빌린 책, 사서 읽은 책을 합쳐보니 50권쯤 되더군요.

어떻게 이런 습관이 생겼는지 생각해보니 웃기게도 할 게 없었습니다.

할 게 없어서 책을 읽고 할 게 없어서 공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습관이 되어버렸고 그렇게 읽은 책들이 저에게 읽는 즐거움, 배움의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읽고 싶은 책을 읽고, 공부하고 싶은 공부를 해야지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스트레스라는 것입니다.

나는 솔직히 취향으로 차별화하는 우아한 '인생 책' 리스트를 볼 때마다 궁금해진다. '인문학 고전을 읽어야 성공한다' '대입을 위해 서울대 추천 인문 고전 50선을 꼭 읽어야 한다'는 등의 조언 또는 겁주기를 볼 때면 의문은 더 커진다. 「키케로의 의무론」「실천이성비판」「아함경」「우파니샤드」「율곡문선」····· 잠시 서울대 교수님들 중 이 50선을 모두 읽은 분이 몇 분이나 될지 불경스러운 의문을 가져보았다. 나는 달랑 세 권 읽었더라.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저는 필독서를 꼭 읽어봐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습니다.

마치 꼭 해야 할 숙제를 남겨놓고 다른 쉬운 숙제들만 먼저 하는 느낌이랄까... 

결국 재미있어서 하는 사람을 당할 수 없고 세상 모든 것에는 배울 점이 있다. '성공' '입시' '지적으로 보이기' 등등 온갖 실용적 목적을 내세우며 '엄선한 양서' 읽기를 강요하는 건 '읽기' 자체에 정나미가 떨어지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자꾸만 책을 신비화하며 공포 마케팅에 몰두하는 이들이 있는 것 같은데, 독서란 원래 즐거운 놀이다. 세상에 의무적으로 읽어야 할 책 따위는 없다. 그거 안 읽는다고 큰일나지 않는다. 그거 읽는다고 안 될 게 되지도 않는다.

갇혀있던 제 마음을 뻥 뚫어주는 기분이었습니다. 《누구 마음대로 '필독'이니》라는 목차까지 보고 나니 제가 너무 얽매어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이 책에서는 저자 자신의 독서이야기뿐만 아니라 인생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무엇을 좋아한다고 얘기하는 건 괜찮지만 무엇이 별로라고 얘기하는 건 '그러는 너는!' 등등의 소란스러운 반응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사실 그러는 나도 별 신통한 글을 쓰는 처지는 못 된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살려면 매사에 '내 탓이오'라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좋다. 자기 수양에도 좋고.

정신 승리하기에 최고의 방법이 아닌가 합니다. '응~그래 내 탓이라 치자~ 어쩌라고~'

그래서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도 이런 말이 유행하나 봅니다. '응, 그래~' '응, 아니야~' 

책 수다도 많이 떨고 여기저기 독후감도 올리고 하다보니 어떻게 그렇게 많은 책을 읽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나의 답은 '대충 읽는다' '내가 재미를 느끼는 부분 위주로 읽는다'다. 편식 독서법이랄까.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부위는 천차만별, 난 내 취향의 책을 골라서, 그 책 중에서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부분은 휙휙 넘기며 읽는다. 어떨 때는 한 책에서 단 한 장면, 단 한 구절만 맛있을 수도 있고, 기적같이 한 문장 한 문장 전부를 꼭꼭 씹어 먹으며 맛있어할 수도 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더욱 와닿는 글입니다. 마음에 드는 책을 찾게 되면 놔뒀다가 다음에 다시 또 보게 되고 재밌었던 부분들을 골라서 봅니다.

그러다 보면 처음 읽을 땐 무심코 지나쳐 갔던 다른 재미난 요소들이 보이기도 하지요.

독서를 할 때 꼭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겠다는 의무감을 살짝 내려놓으면 독서가 즐거워집니다.

그리고 그 즐거움을 이렇게 글로 표현하면 그 즐거움이 배가 됩니다.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책 「이동진 독서법」을 읽다가 깊이 공감하는 구절을 만났다. 삶을 이루는 것 중 상당수는 사실 습관이고, 습관이 행복한 사람이 행복한 것이라는 구절이다. 인간의 행복감에 관한 심리학의 연구 결과는 공통적으로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고 말한다.

요즘 저의 매일 글 쓰는 습관이 너무 재밌고 좋습니다.

일 끝나면 무슨 글을 쓸지 고민하고 저의 쓴 글을 다시 읽어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이런 작은 습관들이 행복으로 돌아옵니다. 이런 삶을 살기로 선택을 한 저 자신이 기특하네요.

 

문유석 판사님의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김민식 pd 님과 많은 유사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김민식 pd 님도 위 같은 말씀을 많이 하셨지요.

제가 유일하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모든 책을 사서 읽은 두 분(김민식 pd님, 문유석 판사님).

이렇게 유익하고 재밌는 책들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서를 '즐거운 놀이'로 만들어주신 문유석 판사님 ㄳ

쾌락독서 - 문유석 판사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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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총,귤,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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