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믿기 힘든, 오늘 있었던 일을 그렸습니다.
오늘 일을 일정대로 그림으로 그리다가 이거 아무리 봐도 남들이 생각하기에 지어낸 것이라 생각하겠다 싶어서 바꾸려다가, 오늘 있었던 일이 이거밖에 없어서 다시 그립니다.
있었던 일을 글로 쓰자니 너무 길어서 아주 간략히 요점만 쓰겠습니다.
하고 간략히 하려는데.. 아무리 간략하게 하려 해도 길게 설명할 수밖에 없네요.
- 오전 10시 넘어 카페 가려 나왔는데 흰색 슬리퍼 바탕에 빨강 파랑 줄이 있고 과자봉지를 든 체 사거리에서 욕하고 계시는 술 취한 아저씨 만남. 옆에 사람들이 우리 쪽 보면서 전화중. 아 술 취한 분 112에 신고하시나 보다. 지나가려는데 아저씨께서 나에게 '너도 나 욕할라 그러지?' 하심. 비 오는데 우산 안 쓰고 계셔서 우산 씌워드리고, 술 깨는 약 살 겸 편의점 의자에 앉으시도록 유도하려는데 길에서 버티심. 119 구급차가 다가오더니 우리 앞에 멈춰 서고 구급대원들이 나옴. 근데 옆으로 우릴 지나쳐 가심. 아저씨께서 똥 마렵다고 하셔서 편의점 앞 놀이터 화장실로 안내해 드림. 아저씨 화장실 들여보내드린 후 가방에 있던 여행용 티슈를 꺼내서 드림.
갑자기 나오시더니 2장이면 된다고 하고 다시 들어가심. 손 씻고 나도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인사드리고 이제 카페 가려고 나와서 우산을 피려는데 티슈가 있음. 아...? 내가 손 씻는 동안 아저씨 손에 그 티슈 2장만 들고, 기대놓은 내 우산에 티슈를 놓고 다시 들어가신 거구나? 다시 화장실 쪽으로 돌아와 아저씨 들어가신 칸 밑으로 휴지 밀어드림. 아저씨 똥 마렵다는 거 진짜였음. 조용히 휴지 밀어 넣고 나옴. 댁에 잘 들어가시길 바라며 카페로 향하는데 아까 그 119 구급차에 어느 환자분이 들것에 실려 들어가시는 것이 보임. 뒤늦게 든 생각인데 구급대원 내리실 때 남성 한 분, 여성 한 분 중 여성 구급대원이 저번에 나보고 심폐소생술 물어보신 그분 같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에이.. 아니겠지.. 하며 카페 감. 카페에서 일, 휴식, 공부, 독서를 한 후 피곤해서 집에 가려고 오후 3시에 나옴. 카페에서 천천히 집 쪽으로 걷는데 낯익은 헤어스타일과 옷, 흰색 바탕의 슬리퍼, 빨강 파랑 줄의 아저씨가 통화를 하고 계신데... 그 아저씨네? 아니 이럴 수 있나?
내가 오전에 (생략되었지만 많은 일이 있었던) 술 취한 아저씨를 화장실에 보내드리고, 몇 시간이 지나서 다른 곳, 내가 갔던 카페 근처 사거리에서 오늘 지금 이 순간에 다시 만난다고? 바로 시간 캡처.
지나치며 들은 통화내용: "걍 거 계셔요, 그냥 거기 계시라고요."
댁에는 잘 들어가신 것 같고, 술은 깨신 것 같음.
내가 몇 분 일찍 나오거나 늦게 나왔으면 이 분이 잘 들어가셨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까? 하필 그분 때문에 온 구급대원인 줄 알았으나 지나가고 다른 분이 응급이었음을 확인까지, 많은 일들이 몰려있었던 하루.
이게 어떤 확률일까...?
그 아저씨는 통화하면서 앞을 지나가는 나를 붙잡지 않으신 것을 보면, 기억을 못 하시거나 기억이 났어도 모르는 척하셨을 것 같음.
아저씨... 기억나실지 모르겠지만 휴지 2장 가지고는 부족했을 거예요.
이 이야기가 간략히 요약한 일입니다.
지어낸 거라고 믿으셔도 할 말이 없음. 근데 목격하신 분들이 여럿 계시니 그분들은 알고 계심.
오늘도 신기한 인생,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보내세요~*
어떤 확률일까...?
내일도 행운을 빕니다. GOOD LUCK.
환자분 쾌차하시길 기원합니다.
※ 제가 왜 구급에 적극적인지 2023.09.22 (금) 그림 그리기 137일 차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구급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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