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선의'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23.05.17 매일 한 번 그려봤니 (그림 그리기 23일 / 욕)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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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어제 그림의 주제로 하려던 것이 욕이었습니다. 그런데 주제를 바꾸고 싶은 일이 있었습니다.

어제 오후 6시쯤, 산책을 위해 집을 나와 천천히 걸으며 근처 동네 놀이터를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르신 두 분이서 싸우고 계셨습니다. 그것도 욕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서로 주먹질을 하시면서요. 주변에 다른 할아버지들도 계셨지만 이미 화가 나서 주먹질까지 하시는 분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조심스러워 말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주변에 말릴 사람이 없다는 걸 깨닫고 얼른 가서 두 분을 떨어뜨렸습니다. 한 분은 술을 드셨고 한 분은 안 드신 것 같았지만 어찌 됐건 서로가 서로에게 욕을 하며 주먹질을 하시는 걸 잠시 멈출 수 있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한 분은 화를 삭이시며 뒤돌아서 리어카를 끌며 먼저 가셨습니다. 그러나 한 분은 계속해서 놔보라며 멈출 생각을 안 하셨습니다.
그런데 제 느낌이 이분의 화를 삭이기 위해서는 위로가 필요하다는 느낌이 들어, 더 싸우지 못하도록 더 다가가 껴안았습니다. 그리고 리어카를 끌고 가시는 분께 다가가지 못하도록 하고, 제가 안고 있는 어르신께 말을 걸었습니다. '어르신 왜 그러세요. 저분 가시잖아요. 저한테 말씀해 보세요.' 그제야 싸울 의지를 멈추시고는 저한테 하소연을 하셨습니다. 술에 취하셔서 잘 들리지 않았지만 서로 이미 동네에서 여러 번 마주쳐서 얼굴은 아시는 것 같았습니다. 이 할아버지 말씀으로는 친구분과 술을 드시고 계신데 근처에 서있던 오토바이 때문에 시비가 붙은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볼을 보라고 저 사람이 먼저 때려서 나도 때렸다 그러면서 저 사람이 경찰 불러서 나도 경찰 부를 거다 하면서 하소연을 하십니다. 그래서 말씀드렸습니다. '네, 어르신. 여기 어르신들도 다 보셨어요. 진정하세요.'
그러자 바로 어르신께서 어린 저에게 갑자기 인사를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하고요... 그러고는 다시 친구분에게 가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싸움이 마무리되었고 동네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조용해져 저는 산책을 하려다 말고 그대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산책할 마음이 안 났습니다.
사람들이 삶에 지치고, 세상은 각박해져 더 살기 힘들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욕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사람인지라 화가 날 때에는 속으로 욕이 나오는데 순화를 시킵니다. 예를 들면 더럽게 많네를 하... 깨끗하게 많네... 이런 식으로 말이죠. 한숨으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저에게 하는 욕이 아니어도 거슬릴 때가 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가 한창인데 지나가는 사람 앞에 침을 뱉는 사람을 보면 신고 있던 신발을 던져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을 신경 쓰기보다 나 자신을 긍정적인 기분으로 돌려놓기 위해 다양하게 노력을 합니다. 그 방법 중 하나를 그려봤습니다.

사필귀정 인과응보 - 그 부정 너 가져

살면서 다양한 부정을 만납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침 뱉던 사람도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에게 되돌아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신은 공평하게도 시간이 지나면 모두 죽게 해 놨으니, 그저 나중에라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으로 바뀌어 건강하게 살다 가길 바랄 뿐입니다.
 
제가 인상 깊게 읽었던 책들(쾌락독서, 개인주의자 선언 등)의 작가이신 문유석 작가님께서 2021년에 '최소한의 선의'라는 책을 내셨다는 것을 요 근래 알고 서점에 가서 샀습니다. 오늘은 책을 마음껏 사봤습니다.

최소한의 선의, 말이 칼이 될 때, 소통의 온도,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

최소한의 선의 - 문유석, 문학동네
말이 칼이 될 때 - 홍성수, 어크로스
소통의 온도 - 김진이, 다른상상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 - 사이토 시게타 지음(김슬 옮김), 다른상상

요즘 제 마음이 공격적이거나 예민했는지 말과, 인간관계에 대한 책이 끌려서 같이 샀습니다.
최소한의 선의에 나온 두 가지를 언급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판사로 일하셨던 문유석 작가님께서 몇 년 전, 제헌절 날 신문 칼럼으로 쓴 글을 여기에 공유하고 싶습니다.

제목: 가장 가슴 뛰는 글

한 글자 한 글자가 모두 피로 쓰인 글이 있다. 한 문장을 읽을 때마다 숱한 희생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글이 있다. 한 글자 한 글자에 역사의 무게가 실려 있는 글이 있다. 그것도 우리의 역사뿐 아니라 인류 전체 역사의 무게가 말이다.
불신과 증오만 남은 듯 보이는 이 분열된 사회에도 고향이 어디든, 나이가 많든 적든, 재산이 많든 적든, 진보든 보수든 상관없이 함께 서명했던 약속이 있다. 이 약속만 잘 지켜나가면 무슨 먼 나라의 거창한 이념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일 년에 단 하루만이라도 모두가 자녀와 함께 소리 내어 읽어보았으면 하는 가슴 뛰는 글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근로자는 근로 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 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 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2장에서)

이 글을 읽고 헌법을 즐겨찾기 하여 매일 읽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언급하고 싶은 내용도 있습니다. 사실 제가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욕하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이 글을 읽을 생각입니다.

어느 뉴스 기사에서 봤던 누군가의 격한 말을 떠올리게 된다.

니 말이 처음부터 끝까지 틀렸어, 이 새끼야. 한 글자도 안 맞아. 이 X새끼야.

학창 시절 저에게 비수를 꽂은 친구의 말이 있습니다. 쉬는 시간이었는데 한 친구가 유명한 문제집을 책상에 펴놓고 쉬고 있었습니다. 제가 다가가서 말했습니다. '이 책 어때? 괜찮아? 나 이 과목 어려워서 이걸로 해볼까 하는데.' 돌아온 대답은 이랬습니다. '요새 개나 소나 다 이거 할라그래.'

이제 와서 위 욕이 떠오릅니다. 그걸 하고 있는 너는 개 아니면 소였구나.

오늘의 주제가 욕이었기에 그동안 쌓여있던 불평들을 적으려다가 '소통의 온도'에 나온 글을 읽고 위에 까지만 말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주는 영향은 내가 용인할 수 있을 만큼, 내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나에게 도움되는 만큼만 받아들이는 게 맞다.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한다.

그리하여 내 인생의 행복도 오직 나만이 결정할 수 있다. 내 행복의 영역을 침범하는 실언들은 가볍게 흘려보내자.

나에게 하는 욕이 아니어도, 부정, 험담들 같은 토악질에 저 자신을 버려두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타인의 하소연을 경청하고 공감하되 나 자신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 만큼 나 자신도 챙길 필요가 있습니다.
부정이 다가오면 위 욕을 읽어보든지 아니면 웃음으로 승화시켜 보렵니다.

개짖는 소리 좀 안나게 해라 (Feat. 화난 아저씨, 혁형, Dog)

 
그저께 산책을 하다가 누군가가 동상에 모자를 씌워 놓은 것을 봤습니다.  

모자 쓴 동상

어제는 산책을 못했기에 오늘 그 길을 다시 가보았습니다.

오늘 갔을 때에는 누군가가 모자의 위치를 옮겨놨습니다.

모자 쓴 누나

대전은 관찰하면 관찰할수록 재밌는 동네입니다.
앞으로도 쭈욱 웃으면서, 행복하기 바쁘게 살 계획입니다.
여러분들도 화가 날 때에는 이 글을 읽으시고 웃는 얼굴로, 새로운 마음으로 인생을 즐기시길 바라겠습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굿밤~*
 

Good Word - (Thanks to - Ramdlon,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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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총,귤,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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