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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2.20 컬투에 미치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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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방송 '두시탈출 컬투쇼'를 아시나요?

SBS 파워 FM (월~일) 오후 2:00~4:00 주파수 107.7 MHz(수도권) 컬투(정찬우, 김태균)가 진행합니다.

10년도 더 된 것 같은데 아직도 컬투쇼가 방영중이네요. 대단합니다.

 

컬투쇼 책을 산 것은 2008년쯤인 것 같습니다.

라디오 자체를 즐겨 듣지는 않았지만 컬투쇼가 재밌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서점에서 책을 고르다가 '컬투에 미치다'를 본 순간 재밌을 것 같아서 바로 샀습니다.

돈이 아깝지 않은 책이었습니다.

 

컬투에 미치다 - 두시탈출 컬투쇼 지음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는 라디오의 사연들 중 재미있는 레전드들만 모아서 책으로 출간이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 방송 프로그램 중(발음할 때) 제일 침이 많이 튀는 제목인 두시탈출 컬투쇼.

라디오로 직접 들으면 컬투의 실감 나는 목소리가 매우 재미있는데, 책으로 읽을 때에도 재밌는 내용을 다시 또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금강산은 1만 2천 봉이고 낙화암에서 3천 궁녀가 떨어졌다는데, 그 숫자를 센 사람은 과연 누굴까요? 혓바닥으로 자기 팔꿈치를 핥는 건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그걸 처음 해볼 생각을 한 사람은 누굴까요? 재채기를 할 때 억지로 눈을 뜨려고 하면 눈알이 빠질 수도 있다는데, 그렇게 해서 병원에 실려온 사람이 있었던 걸까요? 먹을 수 있는 풀과 먹을 수 없는 풀, 그건 누가 먹어보고 알아냈을까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사실 하나하나에 그걸 알아내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대단하지 않습니까? 남들이 생각지도 못 한 일을 시도하고 있는 엉뚱한 사람들··· 아마도 그들이 있어서 세상은 변하는 걸 거예요.

컬투쇼를 한 번이라도 들어보신 분은 음성지원이 되는 듯하실 겁니다. 저런 생각은 해봤지만 실제로 도전했던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웃음이 나네요. 뛰고 있는 궁녀들을 하나씩 세고 있는 모습이란... 컬투쇼는 그저 웃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이, 웃음이, 철학이 담겨있습니다.

재밌는 사연이 많은데 그 중 비교적 짧은 몇 가지만 적어보겠습니다.

 

제목: 범인은 항상 가까이에 있다 [글쓴이: 이진숙(sil1413)]

수원에서 학교를 다니는 저는 서울로 마실을 가러 친구와 함께 지하철에 올라탔죠. 그날따라 지하철은 더 후텁지근했어요. 근데 어딘가에서 구수한 향내가 올라왔죠. '이건 보통 방귀가 아니다. 똥 방귀 향기다···'. 전 뀐 사람 들으라고 온 세상 사람들에게 말하듯 친구에게 외쳤죠. "야! 어디서 이상한 냄새 나지 않냐?!" 그때 문자가 왔어요. 바로 옆에 앉아 있던 제 친구가 보낸 문자였습니다. "나니까 닥쳐"

- (컬투):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즐길 수 없다면 피해라!

저럴 땐 성을 내야 합니다.

 

<이럴 때 뻘쭘하다>

- 강아지랑 뛰면서 놀고 있는데 어느새 강아지는 가만히 앉아서 구경하고 나 혼자 뛰고 있을 때

- 친군 줄 알고 뒤에서 크게 불러댔는데 친구도 아니고, 모른 척 하려 했는데 주위에 사람 나 하나일 때

- 길거리에서 오랜만에 만난 사람과 대화 후 잘 가라고 인사했는데 같은 방향으로 계속 갈 때

제가 20대 때 어머니께서 아프셔서 병원에 입원하신 적이 있습니다.

저는 병원 이름을 잘 못 듣고 층수를 찾아갔는데 옆 건물 산부인과를 찾아가서 엄마를 찾으러 왔다했지요.

간호사분이 미소 지으며 하신 얘기가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어머님께서 젊으신가 봐요?'

피할 수 없다면 집에 가서 이불 킥하며 즐겨보도록 합시다 ㅋㅋ

 

제목: 모두를 당황하게 했던 구렛나루 [글쓴이: 최정현(chjh666)]

고등학교 2학년 때 일입니다. 지금이야 두발 자율화가 보편적이지만, 8년 전만 해도 우리 학교는 두발 규제를 했답니다. 그놈의 두발 규정 때문에 수시로 두발 검사를 했고, 어느 날 친구 중에 소위 좀 논다는 친구가 딱 걸렸습니다. 친구는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잘라야 했지요. 그러나 머리는 짧아도 구렛나루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던 시절이었거든요. 친구는 자기의 자존심과도 같은 구레나룻을 자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미용사가 "머리 어떻게 자르실 거예요?" 하고 묻는 순간, '구' 자가 들어간 그 단어가 생각이 안 났던 친구는 그만 이렇게 말하고 말았습니다. "스포츠머리로 자를 건데요, 사타구니는 남겨주세요!"

- (컬투): 무식하다고 비웃지마세요. 알고 보면 모두가 무식합니다. 무식한 분야가 다를 뿐이죠.

이 글을 읽은 뒤로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누군가를 무시할 때면 꼭 이야기해줍니다.

우리는 서로 무식한 분야가 다를 뿐이라고 말이죠.

 

누구랑 싸우고 확 나가려는데 문이 안 열릴 때와, 문 쾅 닫고 나왔는데 가방 두고 나왔을 때, 둘 중에 어느 쪽이 더 황당할까요? 아는 사람인 줄 알고 뒤통수 쳤는데 모르는 사람일 때와, 아는 사람인 줄 알고 웃으면서 뛰어가다가 모르는 사람인 거 알고 지나쳐서 계속 뛰어갈 때, 둘 중에 어느 쪽이 더 창피할까요? 살면서 황당하고 창피한 일은 가급적 없었으면 좋겠지만, 그런 일이 많아야 나중에 할 얘기도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사건 사고 없는 인생은 평탄하다 못해 지루하지 않습니까? 오늘도 추억이 될 만한 자잘한 사고들이, 많이는 말고 조금씩만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운명을 믿지 않습니다. 인생은 정해져 있지 않기에 재밌다고 생각합니다.

이리 부딪혀보고 저리 부딪혀보면 그 경험들이 나중에 중요한 산물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오늘도 좋든 싫든, 힘들든 쉽든 일단 한 번 부딪혀 봅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잖아요.

모두들 웃을 수 있는 재밌는 일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아자!

 

컬투에 미치다 - 두시탈출 컬투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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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총,귤,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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