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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제목, 짧은 글, 그리고 향기

이 세 가지에 이끌려 구매를 한 책입니다.

 

하악하악 - 글 이외수, 그림 정태련

 

이 책을 대학생 시절, 지금으로부터 10년쯤 전에 샀던 것 같습니다.

제목도 특이했거니와 짧은 글과 그림 덕분에 빨리 읽을 수 있겠다 생각하던 찰나 책에서 좋은 향기가 나서 깜짝 놀랐습니다.

어디에서 나는 향인가 했더니 위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네모난 책갈피에서 좋은 향기가 퍼져 나왔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오랜만에 책을 펴봤는데 향은 거의 사라졌지만 미미하게 남아있어 이 책과의 첫 만남, 그 순간의 좋은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이 책은 이외수 님의 독특한 상상력과 기발한 언어유희를 잘 보여주는 책입니다.

길을 가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길을 가던 내가 잘못이냐 거기 있던 돌이 잘못이냐. 넘어진 사실을 좋은 경험으로 받아들이면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인생길을 넘어졌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당신이 길을 가면서 같은 방식으로 넘어지기를 반복한다면 분명히 잘못은 당신에게 있다.

실수를 좋은 경험으로 인식하는 긍정적인 마음은 좋지만 안 좋은 습관이 되도록 놔둬서는 안 되겠지요.

저 스스로를 기특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어릴 적부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나쁜 버릇을 잘 고쳐'

실제로 이 생각은 저의 안 좋은 습관들을 버리고 좋은 습관을 뿌리내리도록 하는데 큰 힘이 되었고 여전히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문은 들어가기 위해서 만들어졌나요, 아니면 나가기 위해서 만들어졌나요. 세상에는 간혹 이 따위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 문은 드나들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그런데도 전자가 옳다느니 후자가 옳다느니 말다툼을 벌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코는 숨을 들이쉴 때 쓰는 거니, 아니면 내쉴 때 쓰는거니.

위의 글이 성선설 & 성악설, 그리고 계란이 먼저인지 닭이 먼저인지 저에게 물으시는 분들께 드리는 답입니다.

인생의 정답을 알기는 어렵지 않다. 다만 정답을 실천하면서 살기가 어려울 뿐.

영어 잘하는 방법이 생각나네요. 제 생각에는 누구나 다 영어 잘하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실천이 어려울 뿐이지요.

 

나는 삼촌만큼 크면 반드시 대학생이 되어야겠다. 삼촌은 대학생이다. 삼촌은 공부를 안 한다. 맨날맨날 놀기만 한다. 부럽다. 대학생이 되면 공부를 안 하고 학원에도 안 가고 맨날맨날 놀기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크면 꼭 대학생이 되어야겠다. - 어느 초딩의 일기

저도 부럽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젊음이 더 부럽습니다. 제 인생의 전성기인 지금을 남부럽지 않게 잘 보내야겠습니다.

천재들은 이따금 '다른 답'을 창출해낸다. 그러나 무식한 채점관들은 '다른 답'과 '틀린 답'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한순간에 천재를 둔재로 전락시켜 버린다.

조언과 충고는 그 사람의 생각,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나 자신의 선택이겠죠.

남들이 둔재로 전락시켜도 천재로 살아가는 선택을 합시다.

악플-자신이 천박하면서도 단세포적인 두뇌를 가졌다는 사실을 발악적으로 과시함으로써 치떨리는 소외감과 패배감을 졸렬한 우월감과 정의감으로 환치시키고 싶어하는 인터넷 찌질이들의 유독성 토사물.

얼마 전에 책에서 읽은 내용이 생각나네요. 상대방을 마주하고 하지 못할 얘기는 인터넷에 쓰지 말라.

 

인터넷에서 하악하악이 대세라니까 나도 해본다. 하악하악 하악하악 하악하악 하악하악 하악하악. 뭐냐 이거, 두루마기를 휘날리면서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기분이로군!

할리데이비슨이 뭔가 찾아보니 터미네이터가 탈법한 오토바이 브랜드네요. 저 당시에는 저 단어가 유행이었나 봐요. 그래서 책 제목이 하악하악인가 봅니다.

마지막 책 뒷면의 좋은 글을 쓰며 마칩니다.

시간이 지나면 부패되는 음식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발효되는 음식이 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나면 부패되는 인간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발효되는 인간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부패된 상태를 썩었다고 말하고 발효된 상태를 익었다고 말한다. 신중하라. 그대를 썩게 만드는 일도 그대의 선택에 달려 있고 그대를 익게 만드는 일도 그대의 선택에 달려 있다.

 

하악하악 - 이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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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총,귤,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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